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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심리학 노트

헤비 흡연자 친구를 단칼에 금연으로 만든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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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 흡연자 친구를 단칼에 금연으로 만든 상담 




나는 현재 한 시간에 90만 원을 받고 상담을 한다.


예약이 가득 차 있는 탓에 보통은 3주 정도를 기다리게 만든다.


죄책감이 많이 든다. 그만큼 완벽한 상담을 해야하니, 한 번 상담을 할 때 보통 사연글을 열 댓번 정도 읽는 것 같다.



심리 상담에 관한 글을 한 편 남긴다. 꽤나 난이도가 있어서, 심리학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거나 독해력이 좋지 않다면 패스해도 좋다.




나에게 롤모델인 심리학자가 있다.


바로 '밀턴 에릭슨' 이란 정신과 의사다.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와 같이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의 해결책들은 매우 단순하다. 그러나, 심리학적 통찰력이 좋거나 사람의 마음에 대한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그의 간단한 말 한마디' 가 얼마나 천재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상담의 모토 역시 이와 같다. 


언젠가 보았던 책에서 그의 압도적 통찰을 접하고, 내 상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내 한 친구는 금연을 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는 엄청난 헤비 스모커로, 하루에 2갑 정도를 피우는 삶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단 10여분의 상담으로 그를 금연에 성공시켰다. 이런 걸 보면 역시나, 말 한마디, 글 한 편이 주는 힘은 엄청난 듯 하다. 이 일화를 소개하기 전에, 밀턴 에릭슨의 상담 사례 중 하나를 약간의 각색을 더해 소개하겠다.



밀턴 에릭슨이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곰인형을 아주 좋아했다. 아니, 곰인형에게 의존했다.



애착이 너무나 강하게 형성되어 곰인형 없이는 잠에 들지도, 식사도 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버릇을 고치기 위해, 밀턴 에릭슨이 상담에 나섰다. 에릭슨은 다음과 같이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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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슨 |  "너의 친구를 한 번 소개해 줄 수 있니? 선생님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거든."


아이 |  "여기 있어요. 절대 빼앗아 가지 마세요. 그냥 보여주는 것 뿐이에요."



에릭슨 |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너무 귀엽구나. 친구랑 어떻게 만났어? 선생님도 친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줘."


아이 |  "(신나서 대답함) 어머니가 선물해줬어요."



에릭슨 |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한단다. 친구를 네가 지켜줘야 할 때도 있거든. 그런 용기를 키울 수 있는 능력이 너에게 있구나."



아이 |  "맞아요. 저는 용기 있게 살고 싶어요."



에릭슨 |  "맞아. 너의 친구가 힘들 때, 너에게 의지하려면 혼자만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줄 알아야 해. 너의 친구가 그걸 더 좋아할걸?" 



아이 |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영영 친구랑 못 보는 건 정말 싫어요."



에릭슨 |  "무슨 소리! 선생님도 네 친구가 참 마음에 드는데 어떻게 헤어지니? 절대 아니야. 용기 있게 너의 삶을 살다가, 정말 네가 친구가 보고 싶을 때 찾아가면 된단다. 오랜만에 보면 친구가 얼마나 더 반가워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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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화에서 에릭슨은 세 가지 기법을 활용했다.



첫째,

'곰인형은 나의 친구다' 라는 아이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았다.


지극히 아이의 관점에서 공감했으며 '빼앗아 갈 수 없으니 아쉽다' 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완전히 곰인형의 가치를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동질감(심리학에서 말하는 라포르)이 형성되고 아이는 상담 내용을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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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용기 있게 살고 싶을거다' 라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대전제를 세워 아이가 받아들이게 한다.


이 과정을 아주 미세하게, 점차적으로 논리를 전개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든다.



셋째,

발상을 전환시킨다.


'안 보다가 오랜만에 보면 얼마나 반갑겠니!' 라고 말하여, 아이가 '더 깊은 우정을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라는 학습을 하게 만든다. 


결국 아이는 점차 독립적인 시간을 늘려갔고, 종국에는 곰인형 없이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의 섬세하고 점진적인 논리 전개를 보면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친구의 금연을 이런 식으로 도왔다. 


"담배를 피지 말라는 얘기 따윈 잊어버려. 대신, 네가 진짜 힘들고 번아웃이 왔을 때 피워봐. 그 때 피는 담배가 진짜 맛있어. 하루 이틀 참다가 피면 그 맛을 잊지 못할걸?"


친구는 곧장 받아들였고, 흡연량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했다. 두 갑에서 한 갑으로, 한 갑에서 다섯 개피로, 결국은 금연자로. 오래 전 심리학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친구를 도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단, 친구가 금연에 성공한 이유는 '나의 상담사로서의 권위'를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1시간에 90만 원 상담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친구였기에, 나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또한, 끊고자 하는 동기 역시 확실했기에 가능한 해결책이었다.


참고로, 이 글은 입에 담배를 문 채로 쓰고 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하니,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