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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버린 심리학 노트

손수현은 어떻게 사연을 분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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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현은 어떻게 사연을 분석하는가




이번 칼럼은 원래 재회를 위해 아트라상을 찾아오신 내담자분들을 위해 썼습니다.



그래서 내담자가 아니라면 생소할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상담사는 어떻게 케이스를 분석하는거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실 것 같아 이 칼럼을 준비했습니다.



실제 내담자의 사연을 소개를 하고, 제가 분석했던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 드리겠습니다. 저의 사고의 흐름과 분석법을 공개 하겠습니다.



참고로, 내담자분께는 '칼럼에 써도 좋다'고 동의를 받은 상태로 쓰는 글입니다. 상담을 통해 재회한 이후, 내담자분께서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직접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아트라상은 절대 내담자의 동의 없이 사연을 오픈하지 않습니다. 프라이버시는 상담의 제 1 원칙입니다.





독해력이 있고, 평소 사람 심리에 관심이 있고 심리학적 통찰력이 있는 분이라면 이 글을 재밌게 읽으실 겁니다. 만약 그런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다면, 다른 쉬운 글들부터 도전하고 이번 칼럼으로 돌아오세요.



참고로 내담자의 프라이버시에 해당되는 부분들은 생략 및 약간의 수정을 거쳤습니다. 사연글 이후 분석을 보면 내담자에게 팩트폭행식의 설명이 있어서 거부감이 드실 수 있는데, 내담자는 결국 재회를 했고 저와의 사이도 좋습니다.




내담자의 사연글 -

30대 여자입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사연을 많이 보셨겠지만, 정말 제 케이스는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다른 케이스와 차별점을 두어 분석해주세요. 먼저 설명 드리면, 저는 전 남자친구와 약 4년간을 교제하였습니다.


그 4년 간의 시간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상처'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처음엔 자상했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정말 무수히 많은 상처들을 주었습니다. 자세히 설명 드리긴 어렵지만, 저의 과거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말들과 폭언 등으로 하루도 연애가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저의 앞에서 늘 자신이 우월하다는 듯, 떠날거면 떠나가라는 식의 말들은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치가 떨립니다. 상담사님께선 이 점을 유의하셔서 지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략)



마지막 헤어짐의 과정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통화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요약하면, 저의 실수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고, 남자친구는 그런 저를 달래서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이성적인 설득도 통하지 않았기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 날,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고 상대방은 답이 없었습니다. 이것의 저희의 마지막입니다.



제 능력 선에서 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상담사님께서, 다른 케이스와는 차별된, 저의 케이스에 딱 맞는 맞춤형 지침으로 보다 강력한 방법을 도입하여 재회를 이끌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통화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서로에게 윈윈할 수 있는 상담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분석 -

내담자의 사연글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실제 사연 글에서 생략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 글 분량도 한글 파일 1 - 2 페이지 남짓의 짧은 사연글이었습니다. 아래에 저의 사고방식과 분석법을 공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어떤 케이스인지 스스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 해 볼 수 있습니다.



자, 고민해 보셨나요? 이제 저의 분석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1. 내담자는 엄청난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다


강박증이 있는 내담자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글을 매우 길고 자세하게, 도표까지 작성해가며 공을 들여 쓰는 부류가 있다. 카톡 캡쳐 파일을 수십장 보내기도 한다. 상담사에게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둘째, 글을 매우 짧게 많은 것을 생략해서 쓴다. 위 내담자는 여기에 속한다.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 상에 남는 것, 자칫 유출이 될까봐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에 남지 않는 '통화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것 또한, 사연 유출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재회 상담을 받는 95% 이상의 내담자가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심지어 나이도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30대'라고 뭉뚱그려 표현하였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신상이 공개될까봐 매우 두려워하는 내담자이다.



2. 강박증이 있지만 내담자는 지능 자체는 높은 사람이다


전문직이나 대기업 등 좋은 직업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문체 자체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사연을 보면 급하게 써 내려가느라 거의 무조건 등장하는 '맞춤법 오류' 조차 없다. 글 마지막에 '발원'이라는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을 보면, 지적 능력 자체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강박증' + '지능이 높다'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서 상담사를 묘하게 불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 점을 유의하셔서 지침을 달라' '다른 케이스와는 차별화된 지침을 달라'는 구절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쉽게 말하여, 이 사람은 지능이 높기 때문에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이다. 전문가보다 자신이 지능 면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 즉, 아트라상을 온전히 신뢰하고 상담을 의뢰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상담사가 '다른 케이스와 비슷한 지침을 줄 수 있다', '내 케이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맞춤형', '특별함'을 신신당부하는 것이다.



사실 상담사는 몇 년간 상담하면서 이런 유형들을 너무나 많이 봐 왔고, 그것까지 간파하고 그 수준을 뛰어 넘어서 분석을 한다. 그러나 내담자는 자신의 케이스가 특별하게 다뤄지지 않고, 상담사가 핵심을 파악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4년간의 연애를 직접 겪은 자신보다 잘 알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담사를 믿지 못하여, '강력한 방법을 원한다' '차별화된 방법을 달라'고 자신의 의견을 투영한다.


사실 상담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이런 말을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다. 아트라상은 엄연히 재회 확률을 가장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상담을 진행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상대를 바로 매달리게 만드는 강력 지침을 쓸 것인가, 또는 신뢰감을 회복하여 재회를 노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상담사의 영역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재회 확률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쓰는 게 우선이고, 사실 내담자의 개인적인 의견인 '강하게 나가달라'는 의견은 고려되어선 안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내담자의 의견이 맞는 경우도 있음. 이 때는 상담사도 상담에서 수긍하고 원하는 지침을 드립니다.)



3. 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바로 '상처'로 자신의 연애를 요약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무려 4년 간의 연애를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강박증이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심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고, 동시에 '자존감이 매우 낮은 내담자이다' 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 


일단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상처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이별을 한 데 있어서 자신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애는 어느 한 쪽만 잘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원인도 있을 수 있는데, 이 내담자는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상처를 주었다며 상대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다. 자신이 준 상처는 기억하지 못하고, 남이 줬던 상처만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자존감 낮은 캐릭터라는 걸 예상해 볼 수 있다.


(내담자에게는 정말 죄송한 분석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 상담에서 가감없이 설명을 했고 내담자도 수긍했습니다)




4. 글을 자세히 보면, 내담자는 자신을 '피해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도 설명 했듯이 연애가 끝나는 데에는 양자의 책임이 조금씩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내담자도 상당한 잘못을 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내담자는 자신의 잘못을 밝히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설령 자신이 잘못했다해도 상대방이 훨씬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라고 뭉뚱그려 축소시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유형의 내담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만만하게 여기고 업신여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즉, 아트라상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스스로의 상황을 '저프레임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남자가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나를 막 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반대다. 결정적으로 '치가 떨린다' '강력한 방법을 도입해 달라' '잘잘못을 따지는 문자를 보냈다'는 부분에서, 사실 이 내담자는 매우 고프레임 성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저프레임 타입들은 상대방에게 화를 내거나 복수를 원하는 비율이 거의 없다. 워낙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맞춰주다가 매력을 잃어 헤어진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재회상담에서 강력 지침을 받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상대에게 상처주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담자는 상대방을 원망하고 있고, 복수를 원하고 있으며 '불미스러운 일'로 자신이 잘못한 상황에서도 '잘잘못을 따지는 문자'를 보낼 정도로 자존심이 세다. 결과적으로, 이 내담자는 글에는 나오지 않지만, 4년간 상대에게 자신도 모르는 새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즉, 고프레임 저신뢰감 유형인것이다.




5. 그리고 내담자의 판단과는 반대로, 상대 남자는 매우 순하고 착한 캐릭터일 가능성이 크다


이 내담자처럼 강박증이 심하고 자존심이 매우 세면, 남자가 아주 약간만 소홀해져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런 것이다' 라는 망상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연애 기간 내내 자존심을 부리며 상대를 비난하거나, 탓하거나, 원망하는 등 신뢰감을 크게 낮춰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둘은 4년을 만났다. 이는 사실상 남자의 희생이 매우 컸던 것이다. '처음엔 자상했다' 라는 표현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자는 남자에 대한 평가가 매우 박한 타입이다. 남자가 잘한 것은 거의 보지 못하고, 못한 것만 기억하는 유형이다. 그런 내담자가 '처음에는 자상했다'라고 후한 평가를 내린 것을 보면, 남자 자체는 멀쩡하고 착한 성격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내담자를 매우 사랑하여, 이렇게 신뢰감 없는 행동들을 그동안 꾸역꾸역 참아왔다는 것 또한 캐치할 수 있다.



자상했던 남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변했을까? 그렇게 보기엔 어렵다. 결과적으로 여자의 지나친 공격으로 남자는 한 두 번은 받아주다가, 한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고통이 쌓이고 쌓이다가 억울한 감정이 생겨서, 여자에게 자존심 발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사실은 본인이 자존심이 센 여자 내담자는 앞에서 백번 남자가 노력하고 맞췄던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나한테 감히 화를 내다니?' 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이 화낸 것만 보이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끝없는 짜증과 화로 남자를 안 좋게 변화시켰다는 '원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쌀쌀맞게 변한 남자의 모습이라는 '결과'만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불미스러운 일' 이 후 남자가 '달래서 집으로 보냈다' 라는 부분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상대방은 내담자에게 4년간 너무나 많이 시달려 엄청나게 화가 나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 상황에 여자가 또 실수를 했다.



그럼에도 남자는 여자를 달래서 집으로 보냈다. 그것도 자신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줬던 여자에게, 과분한 배려이다. 매우 착하고 순한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담자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결론 - 


내담자는 스스로를 피해자처럼 설명했다. 물론 실제로 일정 부분 상처 입은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게끔 남자를 변화시킨 것은 내담자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에게 무수히 많은 상처를 주고 상대를 변하게 만든 고프레임 저신뢰감의 여자다.




저의 분석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무래도 글의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번 글에선 핵심적인 분석법만 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상담을 시작하기 전, '저의 상담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말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내담자의 특성상, 상담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고 자신의 생각과 완전히 다른 분석이 나오면 '이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미리 언지를 준 것입니다. 내담자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하여, 이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부분을 먼저 풀어주는 것. 상담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내담자는 지능 자체가 높아서, 논리적인 분석에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인터뷰를 진행해 본 결과, 내담자가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달래주려고 노력했던 적이 많아요' '제가 욕설을 한 적도 있습니다' 라고 자신의 잘못들을 하나 둘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설이 맞았던 것이었습니다.



그 '불미스러운 일'은, 알고 보니 남자와 대판 싸우다가 남자가 경찰을 부른 일이었습니다. 정말 남자가 많이 시달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담자는 경찰이 개입한 적은 처음이라며,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라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90% 이상의 확률을 불렀습니다. 당연히 내담자는 믿지 못했습니다. 제가 왜 이런 확률을 진단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마 고수 내담자들이거나 심리학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충분히 추론 가능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글을 꼼꼼히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상담에서 내담자가 제일 걱정하는 포인트인, '제가 글을 제 위주로 써서 상담사의 분석이 객관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 케이스는 실제로 내담자의 의견과 완전히 정 반대되는 분석을 드렸던 케이스였습니다. 상담사는 이미 내담자가 어느 정도 주관적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고려하고 분석을 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덧붙이는 말- 


사실 내담자가 칼럼에 써도 좋다고 허락을 해 주신 부분에서 많이 놀라긴 했습니다. 내담자가 강박증이 심하여, 이런 것을 매우 두려워할 것이라 생각하여 기대를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상담을 통해서 '남자가 사실은 내담자를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재회까지 이루어 즐거운 마음으로 수락을 해 주신 듯 합니다.



그러나 언젠가 상담의 약효가 떨어지고 내담자가 다시 강박증이 생기게 되면, 이 글을 내려달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만약 그런 마음이 드신다면 저의 메일 주소로 알려주세요. 바로 내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