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가 무제한인 회사? 무슨 자신감일까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 영화 <부당거래>
"사람을 위대하게 대하면 스스로 위대함을 보여준다" - 랄프 왈도 에머슨
둘 중 어느 쪽이 인간 본성에 가까울까? '잘 해주면 만만하게 본다'라는 말과 '사람을 사랑과 존중으로 대하라'는 말 모두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걸 보면 양쪽 다 일리가 있을 것이다.
1.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 - 영화 <부당거래>
지영은 사무실에서 동료를 돕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 동료들의 커피 주문을 받아 커피를 사다주곤 했다. 처음엔 동료들이 고마워하며 커피값을 지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들은 지영을 커피 셔틀 취급했다.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 '습관화'라고 부르는 심리 기제가 있다. 인간의 뇌는 '보상'이 주어질 때 행복해한다. 도파민이 분비된다.
하지만 반복적인 자극에는 점차 익숙해지게 되어 있다. 정말 재미있어 하던 게임이라도 3개월 간 매일 같이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순간 시들해지곤 하는 것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얻는 보상 또한 도파민 체계를 맛탱이 가게 만든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 비트코인으로 대박친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억수로 운 좋게 얻은 돈 때문에, 정당한 노력이 따르는 다른 모든 일들이 시들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노력 없이 받는 호의'를 권리처럼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겠다.
2. "사람을 위대하게 대하면 스스로 위대함을 보여준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인턴으로 입사한 현수는 아직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실수가 잦았습니다. 팀장인 민수는 그를 다그치기보다는, “현수, 나는 네가 잘 해낼 거라 믿어.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 함께 해결해보자”라고 말하며 신뢰와 기대를 보여줬습니다. 현수는 팀장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배우고, 실수한 부분을 주도적으로 개선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신입답지 않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업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현수는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
신뢰와 존중을 받을 때 인간이 더 높은 잠재력을 발휘하는 경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많다. 도파민과 옥시토신 같은 행복 호르몬은 사람이 존중받을 때 더 많이 분비된다. 특히 옥시토신은 신뢰와 소속감을 강화하며, 사람들에게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 기대 효과라고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와 기대를 받을 때, 더 나은 행동과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동기부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심리학 연구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긍정적인 기대로 대했을 때, 학생들의 성적과 자존감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다. 뇌가 사회적 인정과 기대에 반응해 스스로 성장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둘 다 인간의 본성의 일부라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즉 팃포탯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다. 팃포탯 전략의 기본 원칙은 아래와 같다.
1. 협력: 먼저 협력적으로 행동해 상대에게 선의를 보여준다.
2. 상대의 행동을 따라 하기: 상대가 협력하면 다음에도 협력한다. 상대가 배신하면 그다음에는 배신으로 대응한다.
3. 포용: 상대가 다시 협력으로 돌아오면 그에 맞춰 협력적으로 반응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에서는 협력이 강화된다. 상대가 비협조적이거나 공격적인 경우, 방어기제로 작용해서 상대에게 끌려다니지 않게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넷플릭스에서 휴가를 무제한으로 줘도 남용하는 사람이 없었던 이유?
우선 '직원들에게 무제한 휴가를 준다'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 회사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비전이 없고, 정체되어 있는 회사라면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어떻게든 직원을 조금이라도 더 굴려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뿐일거다.
안정적으로 시속 300km로 주행하는 고속 열차에서 뛰어내릴 미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원 입장에선 무제한 휴가가 주어지더라도,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 회사에서 쫓겨나게 될까봐 겁나 멋대로 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무제한 휴가 정책'은 장점만 남고, 단점 없이 운영될 수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