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좀비가 되지 않길
자기계발 좀비가 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이들은 본인이 멍청하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 자기계발책만 주구장창 본다.
그들 중 최악의 경우는 '자기계발 교주'가 되는 경우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나는 그 이유를 안다.
나는 20살 이전까진 그 누구보다 최악의 삶을 살았다. 21살 난생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도서관에서 200여권의 자기계발 책을 읽었다. 2-3개월에 걸쳐 읽었다. 사람들은 종종 이를 신기하게 여긴다. 대단한게 아니다. 자기계발 서적은 매우 쉽고 수준이 낮고 뻔해서 글이 술술 넘어갔을 뿐이다.
이 행동이 도움이 안 되었던 건 아니다.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200권 덕분에 내 무의식을 바꾸었고, '나도 이들처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순간적으로 맛탱이가 가서 현실 자각이 안 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런 착각이 있었기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경험조차 없었다면 '나는 열등한 존재니까 일평생 원룸에서 게임하며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자기계발 하는 행동을 부정하는게 아니다. 겁먹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기계발 좀비들의 특징은 겁이 많다. 본인의 비대해진 자아를 감추기 위해서 '회피'를 합리화 한다. 자신이 다른 걸 배우려 할 때, 이해력이 부족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자기계발 책'만 주구장창 읽는 것이다. 무의식을 바꾸었다면, 실용적인 프로그램, 디자인, 전공, 글쓰기, 취업 등을 해야 하는데, 조금 다가서다가 돌아서서 다시 자기계발 좀비가 된다.
종종 이들 중에는 '맛탱이'가 가버려서, 교주로 돌변한다. '이렇게 해야 성공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가의 '믿음' 프로그램을 판다. 이들은 자신이 하라는대로 해야 성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들이 성공한 방식은 '믿음'을 팔아서이지 부가가치를 창출한 게 아니다. 고가의 프로그램을 들어서 성공하려면, 똑같이 자기계발 교주가 되는 수밖에 없다.
이들 중엔 종종 자청의 컨텐츠를 몇개 모방하고 똑같이 이름을 붙인다. 그럼에도, 스스로 창피해하지 않는다. 지능이 정말 낮다.
자기계발 좀비는 한 번 변화하면, 돌아오기 어렵다. 본인의 심리적 상처를 꽁꽁 싸매기 위해 '무의식의 늪' 저 깊은 곳에 빠져서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교주가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진다. 자신을 찬양하는 지능 낮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난 역시 위대해'라는 생각만 강해질 뿐이다.
그럼 어떻게 자기계발 좀비로 돌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본인은 x나 병x이다"
"나는 레벨이 낮다"
"그냥 자기계발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자의식 해체를 해야 한다.
물론 자기계발을 시작했다면, 장기적으론 상위 10% 이내의 삶을 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성공할 수 있는건 아니다. 그냥 스스로 병신이라는 주문을 반복적으로 외워야 한다.
자기계발 좀비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대해진 자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조금 다른걸 하다가, 본인이 멍청하다는 증거가 조금만 나오면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기계발책'으로만 돌아오고, 책을 읽으며 무한 자위를 하는 것 뿐이다.
자기계발 책을 읽다 보면 뽕에 취한다. 그래서 본인이 할 수 있다고만 생각하고, 뽕에 취해 있다. 어느정도 무의식을 바꾸었다면 '실행'을 하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 본인이 어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 이해를 못 하는 것에 대해 창피해 하지 말아야 한다. 사수 혹은 상사에게 혼나는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계발 책을 읽을 때면 본인이 뭔가 위대해졌다는 착각을 순간적으로 하게 된다. 사실은 '역행자 모델 7단계' 중 1단계만을 돌파했을 뿐이다. 7단계를 모아야만 비로서 '완성'이 된다. 자기계발 책을 읽는 행위는 무의식이 변하면서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싹틔었을 뿐이란 걸 자각해야 한다. 그 이후엔 2단계인 자의식 해체를 해야 한다.
결론
1. 자기계발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해선, 자의식 해체를 해야 한다.
2. 자기계발 좀비가 되는 이유는 '스스로 멍청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심리적 충격'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3. 자기계발 좀비 교주가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 그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제 블로그에는 자기계발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몇 일 동안 자기계발 좀비나 교주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작성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