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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부인 (Den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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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②


부인 (Denial) 


 




재영은 최근 병원에서 심각한 건강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치료가 시급하다고 말했지만, 재영은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뭐, 설마 그 정도일까?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그는 의사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진단서를 무시했다. 가족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재영은 웃으며 말했다. "난 괜찮아. 별일 아니야."


며칠 뒤, 아내가 재영에게 다시 병원에 가보자고 권유했을 때, 그는 짜증을 냈다. "그만 좀 해. 나 진짜 아무 문제 없어. 그냥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거라고." 아내의 불안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재영은 문제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마치 그 심각한 진단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은 더 심해졌고, 재영은 점점 자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내가 너무 오랫동안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구나."

 



우리는 일상에서 종종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을 마주한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다가 "듣기 싫어!"라고 외치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리는 어린아이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힘든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부인'이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직장에서 해고 통지를 받고도 "곧 다시 부르실 거야"라며 현실을 외면하거나, 알코올 중독자들이 "난 술을 끊을 수 있어"라고 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예시다. 하버드 의대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6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부인이 단기적으로는 충격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는 긍정적 기능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인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부인을 완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