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증적 방어기제 12가지 ②
합리화 (Rationalization)
유진은 최근 큰 기대를 품고 지원했던 회사에서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처음엔 실망감에 휩싸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어차피 그 회사는 내가 원하던 곳이 아니었어. 분위기도 별로였고, 연봉도 그렇게 좋지 않더라고."
친구들을 만나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회사? 그냥 연습 삼아 본 거야. 정말 가고 싶은 곳은 아니었어." 유진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사실 그 회사는 그녀가 정말로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고, 이번 기회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다. 그러나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그날 밤, 혼자 방에 앉아있던 유진은 자꾸만 자신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자신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꾸며낸 핑계들. 정말 그 회사가 별로였다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텐데.
연인과 헤어진 후 "어차피 나한텐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말하거나, 승진에서 밀린 뒤 "일에 치여 사는 게 내 스타일은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에서 이런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곤 한다.
실제로 이런 합리화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비싼 명품을 구매한 후 "이건 투자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거나, 게으름 때문에 과제를 못 했으면서 "창의적인 작업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라고 핑계를 대는 것이 대표적이다. 술자리에서 과음한 뒤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했어"라고 말하거나, 다이어트를 포기하면서 "통통한 게 더 매력적이야"라고 주장하는 것도 모두 합리화의 예시다.
마치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좋게 다듬듯이, 우리는 합리화를 통해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재해석한다. 이는 일시적으로 자존감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합리화는 자기기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패나 거절의 진짜 원인을 직면하지 못하게 만들어 성장의 기회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
콜럼비아 대학의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는 30년간의 연구를 통해 합리화가 '고정 마인드셋'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나 변경 불가능한 요인으로 돌리는 습관적인 합리화는 학습과 성장을 방해하며, 장기적으로는 회복탄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