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미리보기 실행중입니다.
My콘텐츠

제 4장. 신경증적 방어기제 11가지

억압 (Repression)

북마크(메모)




제4장. 신경증적 방어기제 



신경증적 방어기제는 미성숙한 방어기제와 성숙한 방어기제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이들은 미성숙한 방어기제보다는 더 복잡하고 세련된 반응이지만, 여전히 현실을 일부 왜곡하거나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청소년기의 사고방식처럼, 완전히 성숙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의 현실 인식은 가능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신경증적 방어기졔 12가지 ① 


억압 (Repression) 


 




지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바쁘게 하루를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늘 인정받는 직원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활기찬 사람으로 통했다. 그러나 지수는 항상 이유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올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알 수 없는 무력감이 그녀를 덮쳤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애써 무시하고 계속해서 바쁘게 지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문득 말했다. "너 어릴 때 힘들어하던 거 기억나? 그때 꽤 많이 울었잖아."


순간 지수의 머릿속이 멍해졌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어릴 때 겪었던 부모님의 싸움, 그리고 그때의 외로움과 두려움. 지수는 잠시 말을 잃었지만, 이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음... 잘 기억은 안 나."


집에 돌아온 지수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자꾸 떠올랐다. 어릴 적의 불안한 순간들, 외면했던 감정들. 지수는 문득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동안 이 모든 것을 억누르며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 시험을 망친 학생이 그날의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리거나', 이별 후 상대방과 관련된 모든 기억이 갑자기 희미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또는 어린 시절 겪었던 충격적인 사고나 수치스러운 경험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바로 억압이 작동하는 순간이다.



안나 프로이트는 그녀의 저서 "자아와 방어기제"에서 억압이 마치 심리적 면역체계의 기초와 같다고 설명했다. 하버드 트라우마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억압된 기억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계속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불안, 우울, 신체화 증상 등 다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쓰레기를 지하실에 숨기는 것과 같다.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 편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 쓰레기가 악취를 풍기거나 해충을 불러들일 수 있다. 억압된 감정이나 기억도 마찬가지다. 표면적으로는 잊혀진 것 같지만, 무의식 속에서 계속 영향을 미치며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삶을 방해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억압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다가 갑자기 폭발하는 동료, 이혼 후 그 시절의 사진이나 물건을 전부 없애버리는 친구, 어린 시절의 특정 시기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지인들의 모습에서 억압의 작용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