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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분열 (Spli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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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④ 


분열 (Splitting) 


 




서준은 회사에서 늘 동료들과 잘 지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사람들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명확히 구분했다. 처음엔 모든 동료들이 친절하고 협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서운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행동을 보이면 그들을 바로 '나쁜 사람'으로 분류했다.


어느 날, 그는 늘 믿고 따르던 팀장에게서 작은 지적을 받았다. "서준, 이번 프로젝트는 조금 더 신경 써서 진행해주면 좋겠어." 팀장의 말은 그저 개선을 위한 조언이었지만, 서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팀장을 '나쁜 사람'으로 치부했다. "나를 무시하는군. 팀장도 이제 날 적대시하는 거야." 그는 그날 이후로 팀장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고, 작은 일에도 팀장의 모든 행동이 부정적으로 보였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서준의 태도는 점점 극단적으로 변했다. 어떤 날은 동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조금이라도 그들이 자신의 기대에 어긋나면 그들을 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해주고, 저 사람은 날 배신했어." 그의 세계는 선명하게 양분되었다. 흑과 백, 선과 악만이 존재했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영유아기의 아이들이 어머니를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로 구분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방어기제인 '분열'의 시작이다. 클라인은 이러한 현상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연인과 데이트를 하던 중 한 번의 실수로 상대방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대하거나, 회사에서 동료의 능력을 "천재" 아니면 "무능력자"로만 구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SNS에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적'과 '아군'으로 극단적으로 나누는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 분열적 방어기제가 얼마나 만연해있는지 보여준다.



하버드 의대의 연구진은 이러한 분열이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전략이라고 밝혔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면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대인관계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에게서 이러한 극단적 사고가 주요 증상으로 나타나며, 이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백설공주와 사악한 마녀처럼 세상을 흑백논리로 바라보는 것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관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때로는 완벽하지 않은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성숙한 태도일 수 있다.



내 생각에 분열은 신경성이 높고 불안도가 높은 사람에게 주로 보이는 방어기제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친구를 사귀었다. 나에게 해를 끼칠지 안 끼칠지 1-10까지 정도가 있다고 가정할 때, 불확실성은 불안을 만들어낸다. 상대방 감정이 4인지 5인지 6인지 헷갈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불확실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흑백논리로 상황을 판단하여 ‘미해결’을 없애버린다. 불편한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방어기제가 ‘분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