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방어기제 12가지 ⑩
용서 (Forgiveness)
현우는 몇 년 전 가장 친했던 친구 민석과 크게 다투고 관계를 끊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감정이 쌓여 결국 말도 섞지 않게 되었고, 그 이후로 현우는 민석을 생각할 때마다 분노와 상처가 떠올랐다. 그 일만 떠오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편함이 차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현우는 그 감정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결국 현우 자신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었다. 그는 민석을 잊으려 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계속해서 그 일로 인해 스트레스와 긴장이 이어졌다. 잠을 잘 때도, 일을 할 때도,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는 점차 자신이 이 감정을 풀어내지 않는 한, 그 상처가 자신을 계속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현우는 문득 생각했다. "민석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알지만, 그를 용서하지 않으면 나도 계속 이 감정에 묶여 있을 뿐이야." 그는 민석의 입장에서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오해가 있었고, 서로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민석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현우는 그 분노가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용서를 결심한 현우는 민석에게 연락해 오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조금씩 갈등을 해소한 뒤, 현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용서(Forgiveness)는 자신이나 타인의 실수나 잘못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내는 능력이다. 다투고 멀어졌던 상대와 시간이 지나 과거의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상처 위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실제로 뇌과학 관점에서도 용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용서를 못할 경우 뇌에서는 ‘적’이 있다고 인식하여 지속적으로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몸을 긴장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용서하는건, 오히려 본인을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 또한 악플러들이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용서’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저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문제, 사회적 문제, 유전적 문제 등을 생각하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나 또한 상대방 입장이었다면 충분히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해가 되고 용서가 된다. 그 덕에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